한국 현대 미술의 살아있는 전설, 이건용 작가님에 대한 이야기를 블로그 형식으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1942년 황해도 사리원에서 태어나 격동의 한국 현대 미술사를 온몸으로 겪어오신 이건용 작가님은 회화, 조각, 설치, 그리고 무엇보다 독창적인 행위 예술을 통해 우리에게 깊은 사유와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선사해 주셨습니다.
한국 아방가르드의 선구자, '논리적 이벤트'를 외치다
1970년대, 한국 미술계는 새로운 바람을 맞이합니다. 바로 이건용 작가님이 주축이 된 AG(한국 아방가르드 협회)와 ST(Space and Time) 그룹을 통해서였죠. 당시 작가님은 기존의 회화 개념을 뛰어넘는 **'논리적 이벤트'**라는 독특한 행위 예술을 선보이며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습니다. 정해진 규칙과 논리 안에서 펼쳐지는 그의 퍼포먼스는 단순한 몸짓을 넘어, 행위 자체의 의미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흔적에 주목하게 만들었습니다.
'신체 드로잉', 몸으로 캔버스에 새기는 자화상
이건용 작가님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바로 '신체 드로잉' 연작입니다. 캔버스를 등진 채 팔을 휘두르거나, 온몸을 비틀며 붓이 아닌 신체의 움직임으로 그림을 그리는 그의 퍼포먼스는 보는 이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내 머리가 그린 것이 아니라 내 몸이 그린 것이다"라는 작가님의 말처럼, 그의 작품은 지적인 계산이나 표현 기술을 넘어선, 삶의 에너지와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캔버스 위에 남겨진 역동적인 선들은 작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동시에, 예측 불가능한 삶의 순간들을 포착하는 듯합니다.
느림의 미학, '달팽이걸음'
'달팽이걸음'은 이건용 작가님의 예술 철학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퍼포먼스입니다. 캔버스 위에 선을 그으며 아주 느린 속도로 이동하는 그의 행위는,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살아가는 시간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게 합니다. 느릿한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선의 궤적은 단순한 그림이 아닌, 시간의 흐름과 그 흔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예술 작품으로 승화됩니다.
끊임없는 실험 정신, 세계 무대로 나아가다
이건용 작가님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실험 정신은 끊임없이 현재 진행형입니다. 흙, 나무 등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한 입체 작업부터 공간과 시간의 개념을 탐구하는 설치 작업까지, 그는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자신의 예술 세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그의 노력은 2022년 세계적인 갤러리인 페이스 갤러리와 글로벌 전속 계약이라는 결실을 맺으며, 그의 작품은 이제 세계 무대에서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과 영감을 선사할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이건용 작가님의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인 결과물을 넘어, 작가의 몸짓과 시간을 통해 우리에게 삶의 본질과 예술의 의미를 되묻습니다. 그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는 한국 현대 미술의 중요한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의 행보를 주목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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