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서울에서 태어나 예일대학교에서 조각을 공부하고 현재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서도호 작가님은 '집', '문', '계단' 등 우리에게 익숙한 오브제를 통해 정체성, 이동, 그리고 공간의 의미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예술가입니다.
투명한 천으로 되살아난 기억의 공간, '집'
서도호 작가님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집(Home)' 연작은 어린 시절 살았던 한옥집이나 타지에서의 아파트를 얇고 투명한 천으로 실물 크기로 재현한 작품입니다. 마치 유령의 집처럼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공간들을 걸어 다니며, 우리는 작가의 개인적인 기억 속으로 스며드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빛을 투과하는 섬세한 천으로 만들어진 그의 '집'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시간과 추억이 깃든 기억의 공간이자, 우리가 누구인지 정의하는 정체성의 근원을 탐색하게 하는 매개체가 됩니다. 이사를 통해 물리적인 공간은 변하지만, 그 안에 담긴 기억과 정체성은 어떻게 이동하고 변화하는 걸까요? 작가의 작품은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을 조용히 던집니다.
경계를 넘나드는 상징, '문'과 '계단'
서도호 작가님에게 '문(Gate)'과 '계단(Staircase)'은 단순한 기능적인 오브제를 넘어, 이동과 연결, 그리고 단절이라는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 상징으로 등장합니다. 새로운 공간으로 나아가는 통로인 문, 그리고 수직적인 상승과 하강을 의미하는 계단은 작가의 손을 거쳐 천이나 금속과 같은 다양한 재료로 재탄생합니다. 그의 작품 속 문과 계단을 마주할 때, 우리는 삶의 여정 속에서 끊임없이 이동하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 그리고 때로는 불가피한 단절의 순간들을 그의 작품은 섬세하게 포착해냅니다.
개인과 집단의 역학 관계를 조명하다, '카르마'와 'Floor'
개인의 기억과 경험을 넘어, 서도호 작가님은 개인과 집단의 관계에도 깊은 관심을 보입니다. 수많은 작은 인물상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거대한 형상을 이루는 '카르마(Karma)' 연작이나, 바닥을 뚫고 솟아오르는 수많은 손들의 이미지인 'Floor'는 익명성 속에 가려진 개개인의 존재감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보이지 않는 힘의 구조를 강렬하게 드러냅니다. 이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거대한 사회 속에서 개인이 갖는 의미, 그리고 집단 속에서의 관계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마무리하며
서도호 작가님의 작품은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그 안에 깃든 기억, 정체성, 그리고 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투명한 재료가 만들어내는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익숙했던 공간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나아가 우리 자신과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그의 섬세하고 사유적인 작품들이 우리에게 어떤 새로운 질문과 감동을 선사할지 기대하며,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예술 > 예술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즘 가장 핫한 신진 화가, 이목하 작가를 파헤쳐 보자! (1) | 2025.05.21 |
---|---|
움직이는 환상, 최우람 작가의 '아니마투스' 세계로 초대합니다 (1) | 2025.05.07 |
3인치 캔버스에 담긴 우주, 소통과 희망을 그리는 강익중 작가 (0) | 2025.04.30 |
몸짓으로 그려낸 삶의 흔적, 이건용 작가를 만나다 (0) | 2025.04.29 |
정상화 화가, 작품의 조형적 특징과 질감과 색의 언어 (0) | 2025.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