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출신의 화가이자 작가였던 엘리자베스 키스(Elizabeth Keith)와 그녀가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듬뿍 담아낸 책, 《고요한 아침의 나라 (Old Korea: The Land of Morning Calm)》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표현, 많이 들어보셨죠? 바로 한국을 일컫는 아름다운 이름인데요. 이 책은 20세기 초, 격동의 시기를 지나던 한국의 모습을 서양인의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귀한 기록입니다.
동양의 매력에 빠지다: 엘리자베스 키스의 여정
1887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난 엘리자베스 키스는 화가로서의 열정을 품고 1915년, 머나먼 동양으로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일본을 시작으로 중국,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그녀는 이국적인 풍경과 사람들의 삶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특히 한국에 대한 그녀의 애정은 각별했습니다. 1919년, 3.1 운동 직후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그녀는 이후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며 한국인의 일상, 아름다운 자연, 전통적인 풍습 등을 섬세한 붓으로 그려냈습니다. 그녀의 그림 속에는 당시 한국 사람들의 순박한 모습, 다채로운 색감의 전통 의상, 그리고 한국 특유의 정갈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 그림과 글로 담아낸 조선의 풍경
엘리자베스 키스가 한국에서의 경험과 감동을 고스란히 담아낸 책이 바로 《고요한 아침의 나라》입니다. 1946년 영국에서 출판된 이 책은 그녀의 동생인 엘스펫 키스 로버트슨 스콧이 글을 쓰고, 책에 실린 모든 그림은 엘리자베스 키스의 작품입니다.
책장을 펼치면 20세기 초 한국의 다채로운 모습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합니다. 활기 넘치는 시장의 풍경, 단아한 한복을 입은 여인들의 모습, 웅장하고 아름다운 고궁의 자태, 그리고 소박하지만 정겨운 농촌의 풍경까지... 엘리자베스 키스의 따뜻한 시선은 당시 한국 사람들의 삶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그들의 희로애락을 섬세하게 포착해냅니다.
단순히 풍경을 묘사하는 것을 넘어, 책 속에는 당시 한국의 문화, 풍습, 축제 등에 대한 생생한 기록들도 담겨 있습니다. 서양인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의 모습은 때로는 신기하고 흥미롭게, 때로는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격동의 시기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오늘날, 《고요한 아침의 나라》를 다시 펼쳐보는 의미
엘리자베스 키스의 《고요한 아침의 나라》는 단순한 여행기가 아닌, 격변기 한국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사적 자료로서의 가치를 지닙니다. 푸른 눈의 화가가 담아낸 그 시절 우리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아름다움을 다시금 깨닫게 해줍니다.
혹시 오래된 흑백 사진 속에서만 보았던 그 시절의 풍경이 궁금하신가요? 엘리자베스 키스의 섬세한 그림과 진솔한 글을 통해, 우리는 빛바랜 기억 속의 한국을 더욱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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