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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전통

장승과 벅수 (기능과 상징성 비교)

by Dreamer BiBi 2025. 6. 22.

장승과 벅수 (기능과 상징성 비교)
출처 : 구글 / 장승과 벅수 (기능과 상징성 비교)

 

한국의 전통 마을 입구나 고갯길, 공동체 경계에는 민속 조형물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장승’과 ‘벅수’입니다. 이 두 조형물은 각각의 지역에서 발생했지만 공통적으로 마을을 지키고 사람들의 신앙을 반영한 문화재라 할 수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장승과 벅수의 기능과 상징성을 중심으로 비교 분석하여, 전통 조형물에 담긴 한국인의 정신세계를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장승의 기능과 민속적 의미

장승은 전국적으로 널리 분포되어 있는 전통 조형물로, 마을 입구나 사찰, 고갯길 등에 설치되며 공동체의 수호신 역할을 합니다. 나무 또는 돌로 만들어지는 장승은 일반적으로 사람의 얼굴을 간략하게 표현한 형태이며,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어 외부의 악귀나 잡신을 쫓는 기능을 합니다. 장승의 기능은 단순히 신앙적인 요소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행정 경계를 표시하거나 마을의 영토 개념을 상징하는 실용적인 역할도 했습니다. 또한 장승은 제사 대상이기도 했는데, 정월 대보름이나 마을 제사 때는 장승 앞에서 고사를 지내며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했습니다. 이러한 문화는 공동체 구성원 간의 연대감을 강화시키는 데도 기여하였습니다. 조형적으로는 지역에 따라 다양성이 존재합니다. 경상도 지역은 나무 장승이 많은 반면, 충청도나 전라도는 석장승의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얼굴 표정, 모자의 모양, 입 모양 등도 지역 특색을 반영합니다. 장승은 단순한 민속 조형물이 아니라 당시 사회의 질서와 신앙, 공동체 문화를 집약적으로 담은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벅수의 상징성과 신앙적 역할

벅수는 주로 경상도, 충청도 일부 지역에서 전해지는 민속 조형물로, 돌로 만든 남성상 형태입니다. 특히 벅수는 성기나 남성성을 강조한 조형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이 독특한 조형은 단순한 외형이 아닌, 다산과 풍요, 생명력의 상징으로 이해됩니다. 이는 농경 사회였던 한국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였습니다. 벅수는 마을 어귀, 고갯길, 무덤 주변 등에 설치되어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재앙을 막고 공동체의 평안을 유지하는 기능을 담당했습니다. 또한 벅수는 아이를 갖고자 하는 이들이 찾아와 소원을 비는 대상으로 여겨졌으며, 특히 여성의 출산과 관련된 민속 신앙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녔습니다. 신앙적 측면에서 벅수는 조선 후기까지도 제를 지내는 대상이었으며, 어떤 지역에서는 실제로 매년 벅수제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벅수는 고개를 넘는 이들이 안전을 기원하며 절을 하거나 돌을 던져 액운을 떨치는 의식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조형 방식에서도 지역적 차이가 있는데, 어떤 지역은 단순히 성기만 돌로 만들어 세우는 방식이고, 어떤 지역은 얼굴과 몸 전체를 조형한 형식으로 나타납니다. 벅수는 장승보다 조형의 자유도가 높고 지역민의 해학과 창의성이 반영된 점에서 독특한 민속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장승과 벅수의 비교 분석

장승과 벅수는 모두 외부의 악귀나 액운을 막아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의 기능을 담당하며, 민속 신앙에 깊이 연관되어 있는 조형물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상징성과 표현 방식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첫째, 기능적인 차이를 보면 장승은 보다 공공적이고 행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장승은 마을 경계 표시, 길 안내, 제의 대상 등 공식적인 기능을 수행한 데 반해, 벅수는 개인적인 기복 신앙의 대상이자 공동체의 번영을 기원하는 상징물로서 기능했습니다. 둘째, 상징성의 차이도 뚜렷합니다. 장승은 위엄 있고 중립적인 이미지로 마을 전체의 보호자 역할을 했다면, 벅수는 남성성이라는 구체적인 신체적 상징을 통해 풍요와 다산을 직접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장승은 한자로 표기된 이름이 새겨지는 반면, 벅수는 그런 문자 표현 없이 형태 자체로 의미를 전달합니다. 셋째, 조형적 차이 역시 뚜렷합니다. 장승은 일반적으로 인물 형태를 단순화한 긴 기둥 모양이며, 목재나 돌을 소재로 삼습니다. 반면 벅수는 거의 대부분 돌로 제작되며, 보다 인간의 신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경향이 강합니다. 특히 성기의 강조는 벅수만의 독특한 요소입니다. 결론적으로 장승은 마을 전체를 위한 공공적 수호물이며, 벅수는 풍요와 생명의 기원을 위한 상징적 조형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조형물은 지역성과 시대적 상황에 따라 서로 보완적으로 공존해 왔으며, 각각의 문화적 맥락 속에서 한국인의 삶과 정신을 대변해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입니다.

장승과 벅수는 한국 민속문화 속에서 오랫동안 사람들의 믿음을 지키고 마을의 안녕을 빌어준 수호신 조형물입니다. 그 기능과 상징성은 다르지만 모두 공동체의 삶과 정신을 깊이 있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통 조형물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 정체성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