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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영월 창령사지 석조 오백나한상: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들

by Dreamer BiBi 2025. 6. 20.

영월 창령사지 석조 오백나한상: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들
출처 : 구글 / 영월 창령사지 석조 오백나한상: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들

 

강원도 영월의 한적한 산자락에서 발견되어 세상을 놀라게 한 창령사지 석조 오백나한상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이 나한상들은 단순히 오래된 돌 조각이 아니라, 우리 삶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긴 살아있는 예술 작품이자, 한때 번성했던 사찰의 가슴 아픈 역사를 품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입니다.


베일에 싸인 창령사의 역사

창령사는 강원도 영월군 남면에 있었던 사찰로, 정확한 창건 시기는 알 수 없지만 15세기 말 이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조선 중기 문헌에도 종종 등장했지만, 18세기 말 이후 기록에서 사라져 폐사된 것으로 보입니다. 1960년대까지는 작은 암자와 석탑이 남아있었다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암자는 사라지고 석탑은 도난당했다고 전해집니다.

창령사지는 2001년, 우연한 계기로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암자를 짓기 위한 평탄화 작업 도중 대량의 나한상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이곳이 옛 창령사의 터였음이 밝혀진 것이죠. 함께 발견된 기와 조각에 '창령'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어 더욱 확실해졌습니다.

이곳이 중요한 이유는 전라남도 나주 불회사 출토 나한상을 제외하고, 조선 전기 이전에 제작된 오백나한상이 대규모로 출토된 유일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나한전 터가 처음으로 확인된 사례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집니다.


당신의 마음을 닮은 나한상, 그 특별함

2001년과 2002년 두 차례의 발굴 조사를 통해 무려 317구에 달하는 석조 나한상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나한상들은 현재 국립춘천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이 나한상들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다양하고 생생한 표정입니다. 흔히 나한상이라고 하면 근엄하고 엄숙한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만, 창령사지 나한상들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고 있습니다. 고요히 선정에 든 모습, 해맑게 웃는 모습, 슬픔에 잠긴 얼굴, 심지어는 익살스러운 표정까지, 마치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을 보는 듯한 친근함과 깊은 공감을 안겨줍니다.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이라는 부제가 정말 잘 어울리죠.

나한상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강암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자연석의 모양을 최대한 살려 조각했음을 알 수 있으며, 때로는 다 만들어지지 않은 듯한 투박함이 오히려 독특한 아름다움을 더합니다. 어떤 나한상에서는 붉은 입술 색깔의 흔적도 발견되어, 당시 나한상에 색을 입혔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일부 나한상에서는 목이 부러지거나 불에 탄 흔적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이는 조선 시대 숭유억불 정책으로 인해 사찰이 폐쇄되고 나한상들이 훼손되어 땅에 묻히게 된 아픈 역사를 짐작게 합니다.


역사적, 예술적 가치

창령사지 나한상들은 고려 후기에서 조선 초기로 이어지는 불상 양식을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입니다. 오백나한상 전체가 대규모로 발굴된 유일한 사례라는 점은 그 가치를 더욱 높입니다. 이 나한상들을 통해 우리는 조선 초 불교 문화의 면모와 당시 석공들의 뛰어난 예술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나한상들은 국내외 여러 전시에 소개되며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단순히 과거의 유물을 넘어,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죠.

영월 창령사지 나한상들을 통해 우리는 삶의 다양한 모습을 마주하고, 그 속에서 위로와 희망을 찾을 수 있습니다. 국립춘천박물관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한번 이 특별한 나한상들을 만나보시길 추천합니다. 그들의 얼굴에서 당신의 모습을 발견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