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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예술가

조택원이 만든 한국형 현대무용

by 이루엘 2025. 7. 10.

조택원이 만든 한국형 현대무용
출처 : 픽사베이 / 조택원이 만든 한국형 현대무용

 

조택원은 한국 현대무용의 아버지라 불리는 인물로, 전통 춤과 서양의 현대무용 기법을 융합해 독창적인 한국형 현대무용을 창조한 개척자입니다. 이 글에서는 조택원의 예술 인생을 통해, 그가 어떻게 한국 무용계에 ‘현대성’을 불어넣었는지, 그리고 전통과 현대의 융합이 어떤 무대에서 실현되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봅니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조택원

조택원은 일제강점기인 1911년 평안북도에서 태어났으며, 일본 도쿄로 유학하여 근대적 무용 이론과 기법을 익혔습니다. 그는 일본에서 신무용을 배운 뒤, 한국 전통 무용의 뿌리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당시의 무용은 대부분 궁중무나 민속무 중심이었으나, 조택원은 여기에 유럽의 표현주의 무용과 미국의 마사 그레이엄식 현대무용 기법을 결합하여 독특한 움직임 언어를 창조했습니다.

그의 무용은 단순한 움직임의 나열이 아니라, 감정과 내면을 표출하는 수단으로 기능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전통 장단 위에 현대적인 신체 흐름을 결합하여, 춤 자체가 언어로 변하는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또한 그는 전통적 복식과 무대 연출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한국 고유의 미감을 유지하면서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예술로 완성시켰습니다.

조택원의 대표적인 작품인 ‘초혼’과 ‘승무’는 바로 이러한 융합의 결과물입니다. 이 작품들은 단순한 전통 무용 재현이 아니라, 그 시대의 사회적 메시지와 인간 내면의 감정을 담아낸 한국형 현대무용의 상징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현대무용 기법의 도입과 창조적 융합

조택원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전통을 지키려는 수호자가 아니라, 새로운 형식과 언어를 창조한 혁신가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미국과 유럽에서 유행하던 모던댄스 기법을 본인의 신체와 무대에 맞게 변형, 실험하며 무용의 가능성을 넓혔습니다. 특히 '상징적 움직임(symbolic movement)'과 '감정의 신체화'는 그의 안무 스타일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마사 그레이엄의 기법에서 영향을 받되, 그것을 그대로 모방하지 않고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재해석했습니다. 예를 들어, 서양 현대무용의 긴장과 이완의 리듬을, 한국의 ‘한(恨)’과 ‘흥’이라는 감정 요소로 대체하여 표현함으로써 완전히 다른 감성의 무대를 창조했습니다.

또한 그는 당시로서는 드물게 조명, 무대 배경, 의상 등의 무대예술 요소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조택원의 공연은 단순한 춤 이상의 것이었으며, 관객에게 깊은 정서적 울림을 주는 ‘예술적 종합체’로 평가받았습니다. 이는 당시 한국 무용계에서 보기 힘든 혁신적인 접근이었고, 지금의 공연예술계에 이르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융합사례로 본 조택원의 대표작

조택원의 대표작들은 그의 융합정신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1946년 발표한 작품 ‘초혼(招魂)’은 한국 전통 굿의 형식을 차용하되, 이를 상징적이고 내면적인 안무로 재창조했습니다. 그는 무대 위에서 굿의 의식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죽은 영혼을 부르는 행위를 인간의 본능적 슬픔과 갈망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서양의 상징주의적 무용 언어와 전통 한국의 영적 개념이 절묘하게 결합된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또 다른 대표작 ‘승무(僧舞)’는 불교 사상을 배경으로 삼아 정적인 동작과 절제된 표현으로 한국인의 내면 세계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동선의 여백, 동작 사이의 정적(靜)이 오히려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는 한국 전통 무용의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현대무용 기법을 접목시킨 전형적인 융합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택원의 무용은 그 자체로 '한국형 현대무용'이라는 장르를 정의한 작업이었으며, 이후 수많은 제자들과 후속 예술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서울예술대학 무용과 설립에도 참여하며 후학 양성에도 열정을 기울였고, 그의 예술 철학은 오늘날까지도 교육 현장에서 전수되고 있습니다.

조택원은 단순히 전통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허물며 ‘한국형 현대무용’이라는 독자적인 예술 영역을 개척한 인물입니다. 그의 융합적 사고와 창의성은 지금까지도 공연예술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으며, 무용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질문하게 합니다. 조택원의 예술은 단순한 유산이 아닌, 오늘날에도 유효한 예술적 동력으로 우리 곁에 살아 있습니다.